대학 신문 시절

 

                                                                              - 신호철

 

기자실 의자 밑에는 버려진 일간지들이 가득하였다

휴게실의 소파는 깊고 아늑했지만

그곳에는 머그컵조차 재떨이로 사용되었다

그 지저분한 방에 이르면 기자들은 각오한 듯

코를 막고 잠을잤다, 자료실 안에서

나는 새로나온책을 읽었다, 그 때마다 초판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케이판이 떨어지면 기자들은 녹두와 기숙사로 흩어졌고

쌀롱을 쓰던 후배는 자신이 커플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할 뻔한 자문위원이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많았다

몇 번의 세미나여행이 지나자 나는 편집장이 되었다

그리고 퇴임이었다, 신문사를 떠나기가 두려웠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기형도의 아름다운 시 <대학 시절>을 빌려.
2001년에 대학신문 퇴임하면서 쓴 글.
'새로나온책'은 신간 소개 코너 이름. 기사를 빌미로 공짜로 책을 챙길 수 있다,
 '쌀롱'은 1학년 기자가 쓰는 유머코너.
자문위원은 주간교수와 비슷한 역할을 하시던 교수단.
'세미나여행'은 방학 때 가던 기획회의 여행

Posted by . 신호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탈출토끼 2010.02.10 0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보 편집장을 지낸 경험이 있어,
    아, 하며 읽었습니다.

자기 자신에는 희망적인 시선, 주변에는 따뜻한 시선, 사회에 대해서는 냉정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 좋다.


최악의 경우는 자기 자신에게는 따뜻하고 주변에는 냉정하며 사회 돌아가는 것은 마냥 희망적으로 보는 사람이다.



실제로는 최선, 최악의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과 사회를 모두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교회에 다니는 내 친구 A),

주변과 사회에 모두 삐딱한 경우가 많다(기자인 내 친구 B).



참고 : 여기서 '주변'이란 자기가 소속된 집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집단'이 되는 순간 그것은 이웃이 아니라 '사회'가 된다.
Posted by . 신호철

댓글을 달아 주세요

우리 안의 이명박은 있다.

우리 모두가 속물이기 때문이다.

허나, 우리 안의 이명박은 없다.

우리는 괴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Posted by . 신호철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