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기자들이 악의적으로 MB를 공격하기 위해 기사를 지어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라는 12음절의 문장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나중에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좀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2년전 여름 요미우리가 저 발언을 보도했을 때, 나는 몇 몇 일본 언론사를 상대로 취재를 한 적이 있다. 그 덕분에 저 발언이 보도되게 된 배경을 알 수 있었다.

그 기사는 아래 링크에.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26

요미우리를 비롯해 NHK, 교도뉴스, 아사히 신문 등 저 발언과 비슷한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의 기자들은 모두 외무성 출입기자들이라고 했다. 외무성은 한국의 외교통상부같은 곳이다. 

이명박의 발언이 우리에게 전달되기까지에는

이명박 -> 번역 -> 후쿠다 -> 외무성(?) -> 외무성출입기자 -> 일본 언론 -> 번역 -> 한국 언론

이라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후쿠다가 외무성 출입기자에게 직접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두 번의 번역과 5~7단계의 다리를 지나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요미우리 기사 원문은 今は困る。待って欲しい)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 라는 12음절 문장이 저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온전히 보존되어 우리에게 전달된 것일까.

물론 경우에 따라서 아무리 복잡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인용문이 정확하게 전달되는 사례가 있다. 이 경우는 그럴까.

외무성 출입기자에게 직접 확인을 했다는 한 일본 언론인은 나에게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는 말보다는 좀 더 강한 어조로 MB가 후쿠다에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것도 한 다리 거친 말이긴 하지만. 이 점은 요미우리 외에 다른 일본 언론 보도를 봐도 확인된다.
요미우리와 교도뉴스와 NHK 보도 내용은 기자마다 표현이 제각각이다. 이것은 외무성이 외무성 출입기자에게 정확한 문장(이른바 워딩)을 전달했다기보다 회담 내용의 맥락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이것이 MB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후쿠다 총리로부터.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다케시마)를 표기하는 문제에 대해, 아예 그런 통보를 받은 사실조차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 언론은 후쿠다 총리가 통보를 했다는 점은 한결같이 일치해 보도하고 있다.  모든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오보를 냈다고 보기는 힘들다.

두 가지 결론이 가능하다.
1. 일본 외무성이 잘못된 내용을 외무성 출입기자들에게 흘렸다.
2. 통보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교 문제가 되자 한일 양국이 이 사안을 덮었다.

나는 청와대의 초기 대응을 보면 2번쪽이 좀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청와대는 회담에서 독도에 관한 언급이 있기는 했다고 말했다. '통보'라는 단어의 모호성을 물고 늘어지면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다.
Posted by .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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